시민광장· 속초온나· 2026. 8. 1.· 조회 3· 추천 0

어디서 본 듯한 축제, 속초만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가

해마다 속초에서는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린다. 무대가 설치되고 초대가수가 노래하며, 행사장 주변에는 먹거리 부스와 체험 공간이 들어선다. 축제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몰려들고, 화려한 조명과 음악으로 도시는 잠시 활기를 띤다. 그런데 행사가 끝난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축제가 꼭 속초에서 열려야 했을까?” 축제 이름과 장소를 가리고 본다면 다른 지역 축제와 얼마나 구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명 가수 공연, 지역 동아리 무대, 먹거리 장터, 플리마켓, 어린이 체험, 불꽃놀이 같은 프로그램을 적당히 조합한 축제는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바다가 있는 지역이면 해산물과 불꽃놀이를 내세우고, 산이 있는 지역이면 자연과 힐링을 강조한다. 여기에 인기 가수와 푸드트럭을 추가하면 비슷한 형태의 축제가 완성된다. 속초의 일부 축제도 이런 익숙한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축제는 많은 사람을 모으는 행사인가 축제를 평가할 때 방문객 수와 행사장 매출, 언론 보도량이 중요한 기준이 되곤 한다. 물론 관광도시인 속초에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이 많이 모였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축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기 가수 한두 명이 출연하면 행사장은 가득 찰 수 있다. 먹거리 부스가 많으면 매출도 일정 부분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유명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온 관람객이 속초의 역사와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돌아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가 철거된 뒤 속초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축제가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남기지 못하고 행사 기간의 소비로만 끝난다면, 그것은 문화축제라기보다 대규모 이벤트에 가깝다. 속초에는 이미 충분한 이야기가 있다 속초에는 다른 도시가 흉내 내기 어려운 문화적 자산이 많다. 분단과 실향의 아픔을 품고 형성된 아바이마을이 있고, 청호동 갯배와 함경도 음식문화가 있다. 동명항과 대포항, 장사항을 중심으로 살아온 어민들의 생활문화도 있다. 설악산과 동해, 청초호와 영랑호가 한 도시에 공존하며, 관광도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고향을 떠나 속초에 정착한 사람들, 바다에서 삶을 이어온 사람들, 관광객을 맞으며 장사해 온 상인들의 기억도 모두 속초만의 문화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이 축제의 중심에 놓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는 축제를 꾸미는 배경이나 전시물 정도로 사용되고, 정작 중심 무대는 외부 공연자와 보편적인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속초의 이야기가 주인공이 아니라 행사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장식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시민은 관람객이 아니라 축제의 주체여야 한다 많은 축제에서 시민의 역할은 구경하거나 소비하는 데 머문다. 축제를 기획하고 결정하는 과정에는 시민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지역 예술인과 문화기획자도 축제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짧은 공연 순서를 배정받거나 행사 운영을 돕는 역할에 그칠 때가 많다. 정작 중요한 기획과 무대는 외부 업체와 유명 공연자에게 돌아간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 축제 예산은 사용되지만 지역 문화의 역량은 성장하지 못한다. 축제는 지역 주민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어민과 상인, 실향민 가족, 청년 창작자와 지역 예술인들이 직접 축제의 내용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속초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시민의 경험이 어떤 유명 공연보다 더 특별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축제의 숫자보다 대표성을 고민해야 한다 행사와 축제의 수가 많다고 해서 도시의 문화가 풍성해지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여러 번 개최하면 예산과 행정력이 분산되고, 시민에게는 어떤 축제가 속초를 대표하는지 명확하게 남지 않는다. 축제마다 무대와 음향을 설치하고, 초대가수를 섭외하고, 비슷한 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여러 행사를 유지하기보다는 속초의 역사와 환경, 주민의 삶을 깊이 있게 담아낸 대표 축제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 번 방문한 관광객이 몇 년 뒤에도 다시 찾고 싶은 축제, 다른 지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축제를 준비하는 기간도 길어져야 한다. 몇 달 전 업체를 선정해 공연과 부스를 배치하는 방식으로는 지역문화가 충분히 축적되기 어렵다. 1년 내내 주민과 예술인이 함께 이야기를 발굴하고, 기록하고, 창작한 결과가 축제에서 발표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속초에서만 가능한 축제를 보고 싶다 속초의 축제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어떤 가수를 섭외할 것인가”보다 “속초의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몇 명이 방문했는가”뿐 아니라 “지역 예술인이 얼마나 참여했는가”, “지역 상권에 실제로 어떤 도움이 됐는가”, “시민이 기획 과정에 얼마나 참여했는가”, “축제 이후 어떤 문화적 자산이 남았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유명 가수 공연이나 먹거리 장터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다만 그것이 축제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속초의 역사와 사람, 바다와 산, 실향과 정착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공연과 먹거리는 그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어야 한다. 축제는 도시의 얼굴이다. 어디선가 본 프로그램을 가져와 조합하는 축제로는 속초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 관광객에게 잠시 즐거움을 주는 행사를 넘어, 시민이 자부심을 느끼고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언젠가 속초의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이렇게 말했으면 한다. “이 축제는 다른 도시에서는 절대 열 수 없겠다.” 그 한마디를 들을 수 있을 때, 속초의 축제는 비로소 속초만의 문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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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온나2026.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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